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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에 하얀 달/Live & Event Report

[095일째] 온묘자(陰陽座) 전국 투어 2009 「三国伝来玉面金剛九尾の狐」

이번 투어 이름 짱 길다, 부르기도 힘들다. 2004년 투어(我が屍を超えて行け)보다 더 길다 <-
산코쿠덴라이 교쿠멘콘고큐우비노 키츠네(三国伝来玉面金剛九尾の狐), 해석하면
삼국(아마 일본, 중국, 인도?) 전래 옥면 금강 구미호 정도가 되겠다.
(옥면이라 함은 흔히 아름다운 얼굴을 의미하고 금강은 '단단한', 보석 다이아를 의미한다)
2009년 9월 23일 첫 공연을 시작해 11월 8일 도쿄(東京) JCB HALL을 끝으로 투어를 마쳤다.

JCB HALL 중앙 입구 전경

오늘도 역시나 카리기누(狩衣) 또는 하카마(袴) 등의 와[和]풍 차림의 군단들이 대거 보였고
이번 앨범의 컨셉인 구미호처럼 여우귀(고양이귀?;) 머리띠까지 하고 온 사람도 있었다.
각지에서 모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제각각의 투어 굿즈 티셔츠와 부채를 손에 꼭 쥐고,
다들 비장한 표정이었다 ㅋㅋ <-그래 나도 비장했다..

입장번호 B59번이라 해도 A번대가 1천명이 넘기 때문에 결국 1059번째 ㅠㅠ

아르바이트가 늦게 끝나서 5시 개장이었으나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5시 30분 가량,
정리번호 A800번대 가량이 이미 회장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부랴부랴 운동화 갈아신고(..) 코트 벗어서 코인 락커에 넣을 준비를 한 뒤 재빨리 입장,
급한 마음에 굿즈는 사지도 못하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레코더부터 기동 ㅠ_ㅠ

밑으로 이어지는 후기는 파슨心이 가득한, 손발 오그라들 내용으로 가득하므로 주의!!

첫 곡은 역시나 이번 앨범 첫 번째 트랙 수록곡인 '바쿠()'로 끊었다.
묘하게 감기 걸린 듯한? 쉰 듯한 마타타비(瞬火) 형님의 목소리가 제법 신경쓰였지만
이윽고 쿠로네코(黒猫) 누님과 형님의 트윈 보컬에서 나는 또 좋아서 헤벨레 =ㅂ=♡
곧바로 이어진 '아오키 도쿠간(蒼き独眼)'에서 모두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며 열기의 도가니.
곡이 끝나자 라이브에 온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마지막까지 잘 부탁한다는 한 마디.
'이자요이노 아메(十六夜の雨)'의 인트로 기타 사운드가 마음을 긁어놓았다, 순간 두근거릴 정도.

오랫만에 듣는 '키린(麒麟)'은 역시나 반가웠다. 다함께 후렴구를 외치는 곡은 다들 열광하는 듯.
카루칸(狩姦)의 소개와 멘트가 이어졌는데, 거기서 나는 또 엄청난 비명을 질러대고 ㅋㅋ(..)

이번 앨범에 여러 노래가 있다고 여운을 떼는 쿠로네코 누님.
가슴이 뜨거워지는 곡도 있고 불타오르는 곡도 있고, 조금은 슬프면서 무서운 곡도 있는데,
나로써도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마음에 여운에 남는 '코소데노 테(小袖の手)'가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도 마네키(招鬼)의 기타는 운다 ㅠㅠ

그리고 선행 발매된 싱글 '소오코쿠(相剋)'는, CD로 들을 땐 좋은지 잘 몰랐는데
라이브에서 직접 들으니 과연 형님.. 하는 감탄사가 절로 ㅠㅂㅠb
설마설마 했는데 등장한 '효우스베(ひょうすべ)' 덕택에, 녹음된 걸 확인해보니 폴짝폴짝 뛰어서
레코더가 주머니 안에서 여기저기 부딪히며 퍽퍽 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ㅋㅋㅋㅋㅋㅋ 아놔(..)
기한이 정해진 인간의 삶이란 가련하다, 불쌍하다. 수치로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이생에 기한은 있다.
그런 인생에 대한 생각,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 하는 마음을 담아,
끈적한 인트로가 중년(?!)의 인생에 있어서의 깊이라 누군가가 표현한 '반카(挽歌)'도 연주.

이어진 곡들은 온묘자(陰陽座) 라이브라면 한 번쯤은 나오게 되는 닌포쵸(忍法帖) 시리즈.
차례대로 신곡인 '쿠자쿠 닌포쵸(孔雀忍法帖)', '카게로 닌초표(陽炎忍法帖)', 오랫만에 듣는
누님의 박력이 폭풍 간지인 '오니키리 닌포쵸(鬼斬忍法帖)'까지 해버렸다 ㅋㅋ
다음 곡으로는 '도오코쿠(慟哭)'가 이어졌는데, 앞서 이미 '소오코쿠(相剋)'를 연주했으나
쿠로네코 누님이 실수하여 뒤바꾸어 설명하는 사태가 발생!!
객석은 한 마음이 되어 "틀렸어!!"를 외쳐 주었고, 누님은 짱 귀엽게 웃으시며 부크러워 하셨다 ㅠㅂㅠb

언제 나올까 기다리고 기다렸던 '쿠미쿄쿠 큐우비(組曲「九尾」)'의 시간이 돌아왔다!!
10분 가량 되는 장대한 곡이나 몇 부작으로 나뉘어진 조곡이 들어있다면
레코드/녹음 관계자들이 "이건 라이브에서는 하지 않겠네요." 라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어째서?! 우리는 늘 하고 있는데?!" 라며 우리에게 되묻는 형님의 MC는 역시 재미있다 ㅋㅋ
이번에 새로 장만한 듯한 마네키의 Gibson SG 더블 넥 기타가 등장하자 객석은 우와아~
멜로디와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타마모노마에(玉藻前)', 장대한 전개가 급변하는 '쇼오마쿄(照魔鏡)',
그리고 정체가 드러난 구미호를 퇴치하는 '셋쇼오세키(殺生石)'까지.

"여러분의 덕택으로 무사히  요괴를 퇴치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형님.
"더 갈 수 있나?!", "준비는 되었나?!" "불타오르자!!" 등등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멘트를 했으나
묘한 공백과 침묵에 다들 '으응?' 하는 분위기가 되자 형님이 조용히 "신경 쓰지 마라."
한 마디를 날리고, 폭소의 도가니 속에서 그 뜨거움으로 '코쿠이노 텐뇨(黒衣の天女)' ㄱㄱ
이윽고 대지를 뒤흔드는 '카미노 후루메키()'로 우리의 몸도 마음도 다시금 일깨워 주셨음 ㅋㅋ
그리고 아마도 1부(?) 마지막 곡이라고 모두가 예감한 '쿠라이아우(喰らいあう)'로
다함께 "Cry Out!!"을 외치며 불타오르는 서로의 영혼을 먹어치웠다 =ㅂ=b
그리고 멤버 소개와 함께 1부(풉) 공연 종료.

앵콜로 온묘자(陰陽座)의 이름을 연호하자 들려오는 소리는 '무겐(夢幻)'의 인트로.
멤버가 하나 둘 나와서 자리잡고, 베이스 리프가 작렬함과 동시에 2부가 시작되었다.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어진 곡은 '쟈미노 호오요(邪魅の抱擁)' 이었고,
미친 듯한 트윈 보컬과 미친 듯한 트윈 기타에 스윕 피킹 속에서 다들 떡실신 직전 ㅋㅋ

역시나 당연하지만, '마이아가루(舞いあがる)' 하면 부채를 꺼내드는 것은 당연한 일.
다들 허리춤이나 주머니에 쑤셔넣고 있던 부채를 일제히 꺼내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이 불타오르는 영혼, 조금도 남기지 않고 모두 쥐어 짜내 다함께 외치자,
'오라비나하이(おらびなはい)'!! <-'오라비나하이'란 '외치세요' 라는 의미의 방언이다

"지금 관중 여러분이 얼마나 멋진지, 이곳에 서서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르실 거예요."
지금 온묘자(陰陽座) 당신들이 얼마나 멋진지, 이곳에서 직접 보지 않으면 역시 모르겠죠?? ㅋㅋ
뭔지는 모르지만 "지지 않는 꽃을 피웁시다." 하는 글귀를 적은 종이를 나눠주는 어느 할머니에게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죠." 라며 거절했다는,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는 형님의 이야기.
그리고 또 한 차례의 인사와 함께 멤버 전원 퇴장, 2부도 이것으로 끝이 났다.

티셔츠로 갈아입고 돌아온 뒤의 첫 곡은 '와가 시카바네오 코에테 유케(我が屍を越えてゆけ)'.
앨범에 수록된 걸 들었을 때는 여태껏 앨범 대미를 장식하는 하드하고 빡센 곡이 아니라서 좀 실망했지만
라이브에서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그들의 결의가 확실히 전해져서인지, 감동하게 되고 마는 것 같다.
오늘따라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나가는 '아쿠로오(悪路王)'에서는 목이 아프도록 머리를 흔들었다.

"10년 전부터 그랬지만, 정말 여러분 멋져요, 감사합니다!!" 립 서비스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 좋다.
라이브에서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에 늘 너무 떠들어버린다는 형님은 오늘도 길게 이어졌다.
도쿄의 밤은 밝지만 어두우니까, 또 이렇게 땀을 흘린 뒤 추운 바깥으로 나가면 감기 걸려요
텐션 이렇게 올라가서 나가면 위험.. 아 죄송합니다 제 이야기로 텐션 까내려 갔네요
한밤 중이라 해도 메트로폴리스 도쿄는 어둡지 않고 밝지만, 아무래도 밤길은 여기저기 위험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밤에 일하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말이라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예요
어쟀든 반드시, 절대, 조심해서 돌아가라고 신신당부하는 우리 형님은 어찌나 귀여운지 ㅋㅋ

장내는 불까지 켜지고 공연 종료의 알림 방송까지 흘러나왔지만
우리의 식신(式神)들은 속지 않고(?) 끈질기게 기다렸던 결과 마지막 앵콜까지 맞이했다!!
어떻게 해도 떠들게 되어버린다는, 떠드는게 좋은 말 탐험가(言葉冒険家) 형님의 이야기를 뒤로
마지막 앵콜 무대, 온묘자(陰陽座) 극락 지옥 1부인 '카샤노 와다치(火車の轍)'에서는
형님의 요구대로 모두가 다같이 화차가 되어 불타는 채 데굴데굴 굴러갔다.
역시나 엄청나게 불타오르게 되는 '라세츠(羅刹)'까지 나왔으니, 나는 또 머리카락 휘날렸다 ㄱ=
빡센 곡으로 마무리에 확실하게 쐐기를 박으려는 듯 '무쿠로()'도 나오고, 객석은 이미 아수라장 ㅋㅋ
내 사랑♡ '만지()' ;ㅁ; 안나오나 싶었는데 역시나 또 끝의 끝에 자리잡아서 나를 설레게 해주고 ㅠㅠ

마지막 곡은 다함께 웃으며 끝나게 되는 '이키루 코토토 미츠케타리(生きることとみつけたり)'.
온묘자(陰陽座)라 함은 살아감으로써 찾으라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연주는 종료되었다.
"저는 M이 아니예요, 딱 중간입니다." 는 이야기와 위에서 했던, 밤길 조심하라는 이야기로
재미있는 MC와 환상적인 연주도 끝을 맺으며 모든 공연이 끝났다.

이제 파슨心은 좀 접어두고 공연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긴 투어의 파이널 공연이었던 탓인지, 감기에 걸린 건지 형님 목이 좀 잠겨 있었다.
그래도 누님과 형님의 라이브는 언제나 최고이니까, 단지 좀 걱정되는 정도?
JCB HALL이라는 명성(?)에 못 미치게 음향 상태도 상당히 별로였다.
음이 깔끔하게 들리지 못하고 뭔가 뭉친 듯한? 덩어리진 느낌이 잔뜩 들었다.
2년 전의 ZEPP TOKYO의 감동이 너무 컸던 탓인지, 조금 아쉬운 감도 있다.
그래도 앞으로 (아마도) 평생을 다바쳐 격하게 사랑할 밴드니까, 아쉬운 만큼 다음이 기대된다.
여전히 잘 부탁드립니다, 온묘자(陰陽座) 여러분 :)